오베는 사랑하는 아내 소냐가 6개월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혼자 살고 있습니다.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노인으로 이웃들과 잘 소통하지도 않고 툭하면 화부터 냅니다. 아내 곁으로 따라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와중에 직장에서 해고통지를 받습니다. 죽으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는데 이웃집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옵니다. 패트릭과 바르바네 부부인데 아이들까지 있어 시끌벅적합니다. 오베는 자신의 계획이 무산되자 소냐의 무덤에 가서 너무 보고 싶으니 어떻게든 당신을 만나러 가겠다고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두 번째 시도는 패트릭 부부가 사다리를 빌리러 오는 바람에 실패합니다. 오베는 심각한데 주변의 이웃들 때문에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상황이 이 영화의 코믹한 요소입니다. 세 번째 시도를 하던 날 오베는 자신의 유년시절을 회상합니다. 정말로 죽기 직전에는 그 전의 인생이 보이나 봅니다. 어머니의 장례식날 어린 오베는 지금 생에서 무엇을 하든지 영원한 건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깨닫습니다. 오베의 아버지는 과묵한 분이었는데 아빠 직장에 놀러 간 오베가 기차에 치일뻔하자 아들을 처음으로 안아줬습니다. 이 날 오베는 엄마의 품이 그리웠는지 아버지한테 계속 안겨있습니다. 아버지는 말 수가 적었지만 옳은 걸 행하라고 가르치던 분이었습니다. 오베의 성적표를 회사 동료들에게 자랑하던 아버지마저 열차사고로 오베의 곁을 떠납니다. 이런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다가 목에 매였던 밧줄이 끊어지면서 오베의 세 번째 시도도 실패로 끝납니다. 방법을 바꾼 오베가 이번에는 자동차 안에서 시도합니다. 소냐를 처음 만나던 순간, 첫 데이트부터 프러포즈의 순간까지 회상하는데 이마저도 현관문을 요란하게 두드리는 소리에 깨고 맙니다. 패트릭이 사다리에서 떨어져 병원에 실려갔다며 파르바네가 급하게 찾아온 것입니다. 오베에게 병원에 같이 가달라고 하면서 아이들도 잠깐 봐달라고 부탁합니다. 오베는 툴툴대면서도 해 달라는 건 다 해주는 할아버지입니다. 다음날 오베는 기차역에 떨어진 사람을 구해주고 죽으려다가 실패합니다. 파르바네는 무언가 눈치챘는지 오베에게 자꾸 할 일을 만들어 줍니다. 버려진 고양이을 돌봐주라고 하더니 운전도 가르쳐 달라고 합니다. 오베도 마음의 문을 열고 파르바네에게 소냐와 루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베의 웃는 모습도 처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파르바네가 소냐를 이만 보내주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꺼내니 오베가 버럭 화를 냅니다.
소냐와의 행복한 결혼생활 중 태교여행으로 떠난 스페인여행에서 닥친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고 소냐는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됩니다. 고통과 상실감은 컸지만 분노의 힘을 역이용해서 다시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오베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매사에 밝고 긍정적이었던 소냐도 1년 후 교사자격증을 취득해서 특별학급의 교사로 취직합니다. 이들 부부는 서로의 성장에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최고의 배우자였습니다. 그만큼 오베에게 큰 부분을 차지했던 소냐이기에 쉽게 보내주지 못하는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한 사람의 내면이나 상처를 알게 되면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어릴 때부터 배워왔습니다. 각자 먹고살기 바빠 이웃의 얼굴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에 단비 같은 영화입니다. 화만 내고 인간미는 전혀 없는 오베라는 남자가 자신의 상처를 이웃들과 나누면서 융화되는 과정이 감동적입니다. 나만 옳다는 생각은 버리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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