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봤습니다. 요즘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 이세영의 어릴 적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첫 장면부터 정겨운 시골 풍경이 나옵니다. 영화의 배경이 몇 년도인지 모르겠으나 아이들의 옷이나 머리가 다소 촌스럽고 사투리를 씁니다. 남자 주인공인 초등학교 3학년 여민은 빨리 철든 성숙한 소년입니다. 친구들의 대장이 되어 괴롭히는 친구가 있으면 나서서 싸워주고 가난한 부모의 착하고 듬직한 아들입니다. 방과 후 아이스케키를 팔고 피아노 선생님 댁에서 집안일도 도우며 스스로의 힘으로 용돈을 마련합니다. 이렇게 용돈을 열심히 모으는 이유는 한쪽 눈이 불편한 엄마한테 색안경을 사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장우림이 전학을 옵니다. 배우 이세영이 장우림역을 맡았습니다. 우림은 똑 부러지고 새침하고 도도한데 얼굴까지 예쁜 여학생입니다. 남학생들한테는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여학생들에게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입니다. 여민이도 우림이를 좋아하게 됩니다. 둘이 짝꿍인데 좋아하는 마음과는 반대로 틈만 나면 티격태격합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어릴 때는 감정표현이 서툴러 좋아할수록 반대로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우림이는 틈만 나면 아빠가 미국에서 보내 준 선물이라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일삼습니다. 이를 고깝게 여기던 금복은 우림이의 약점을 잡아내려고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아빠의 자랑을 늘어놓는 우림의 내면에는 아빠에 대한 미움이 깔려 있습니다. 시골로 전학 온 이유도 아빠와 다툼이 잦아서 엄마가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물에 빠진 우림을 여민이 구해주는 사건이 생깁니다. 이때를 기회로 삼아 금복은 우림의 엄마에게 우림이 아빠가 정말 미국에 살고 있는지 물어봅니다. 우림이 했던 이야기들이 거짓인 게 탄로가 납니다. 여민은 친구들에게 입단속을 시킵니다. 의젓하고 속 깊은 여민입니다. 여민은 힘들게 모은 용돈을 들고 안경점에 찾아갑니다. 아쉽게도 이백 원이 부족하여 못 사고 나옵니다. 엄마를 생각하는 여민의 효심이 대견하고 예뻐서 대신 사 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장면입니다. 금복은 우림의 비밀을 알고 있다면서 우림이와 몸싸움을 벌입니다. 덕분에 우림은 비밀을 지켜준 여민에 대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엄마의 설득으로 우림은 다시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됩니다. 반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던 날 우림은 그동안 자신이 했던 말들이 거짓이었다며 울면서 반성합니다. 그날 저녁 멀리 떨어져 있으면 해 주고 싶은 게 있어도 못 해주니까 이별이 슬픈 거라는 이웃집 아저씨의 말을 떠올리며 여민은 우림을 찾아갑니다. 우림의 볼에 뽀뽀하고 손에 빨간색 머리핀을 쥐여주는 여민이가 남자답고 멋있습니다. 이 나이대에서만 볼 수 있는 순수한 사랑표현인 것 같습니다. 우림도 기종이 편에 여민에게 줄 편지와 선물을 남기고 떠납니다. 선물은 여민이가 간절히 원했던 색안경입니다. 여민에게 첫 번째인 사람이 엄마라서 자신이 두 번째여도 전혀 속상하지 않다는 편지 속 우림의 표현이 조숙한 것 같으면서도 웃음 짓게 만듭니다. 아홉 살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을 웃음과 감동으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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