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줄거리만 보고 제목과 배우, 평점에 끌려 보게 된 영화입니다. 배우 김희애가 상류층 역할하는 것만 주로 보다가 고졸 학력에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엄마역할로 나오는 걸 보니 새롭습니다. 윤희의 딸 새봄은 어느 날 일본에서 엄마 앞으로 온 편지 한 통을 읽게 됩니다. 엄마의 오랜 친구가 보낸 편지였는데 이 편지를 읽고 새봄은 엄마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집니다. 아빠에게 찾아가 엄마랑 왜 이혼했는지 묻고 엄마에게 뭐 때문에 사냐고도 물어봅니다. 편지가 왔던 주소인 오타루를 염두에 두고 눈 많이 오는 나라로 여행 가자며 엄마를 슬쩍 떠보기도 합니다. 엄청 친한 모녀 사이라기보다는 조금 서먹하기도 하면서 거리가 느껴지는 모녀입니다.
쥰이라는 일본 배우가 등장합니다. 쥰이 엄마 윤희의 오랜 친구이자 편지를 쓴 장본인입니다. 새봄이 받은 편지를 쓴 사람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서 살짝 실망했습니다. 엄마 윤희의 첫사랑 러브스토리 등을 기대했는데 말입니다. 쥰은 고모와 오타루에서 살고 있습니다. 쥰이 20살 때 부모님이 이혼했는데 어머니는 한국에 가고 아버지는 쥰을 고모에게 보냅니다. 영화에서는 아버지의 장례식 장면이 나옵니다. 쥰은 윤희 꿈을 꾸는 날엔 윤희에게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쓰곤 했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있을 윤희에게 편지를 부치지 못했다고 내가 비겁해서 도망친 거라고 하는 부분에서 혹시 동성애를 다룬 영화인가 궁금해졌습니다. 윤희는 쥰에게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윤희를 만나고 쥰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고 합니다. 사랑에 빠졌을 때 느끼는 감정인데 말입니다.
윤희도 큰 맘을 먹고 휴가를 냅니다. 새봄의 부탁대로 새봄과 단둘이 오타루 여행을 합니다. 윤희 모르게 새봄의 남자친구 경수도 합류합니다. 새봄과 경수가 편지에 적힌 주소에 먼저 찾아가 보기도 하고 쥰의 고모가 운영하는 카페에도 미리 가봅니다. 탐정놀이 하듯이 하는 행동이 귀엽습니다. 윤희와 새봄은 오타루에서 부쩍 가까워집니다. 대화와 여행이 가진 힘인 것 같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밖에 나가 남한테는 관심을 갖고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 하면서 정작 가족에게 소홀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새봄이 쥰을 먼저 만나 윤희와의 만남을 성사시켜 줍니다. 한국에 돌아온 윤희는 새 출발을 다짐합니다. 살던 동네를 떠나고 한정식 집에서 일을 배워 작은 식당을 차리고 싶다는 꿈도 생깁니다. 윤희가 쥰의 행복을 빌어주며 영화가 끝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였으면 더 재미있겠으나 사랑할 때 느끼는 감정은 동일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상대를 그리워하며 가끔 떠올리고 진심으로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말입니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봤더니 동성애라는 소재가 나와 당황스러웠지만 거북할 수도 있는 주제를 과하지 않고 잔잔하게 풀어냈습니다.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화 바탕 언터처블 1%의 우정 (4) | 2024.10.26 |
---|---|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1) | 2024.10.25 |
어른 사회의 축소판 아홉살 인생 (0) | 2024.10.22 |
미워할 수 없는 오베라는 남자 (5) | 2024.10.21 |
우리는 모두 기적같은 존재 원더 (0) | 2024.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