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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가을 정취 느끼고 싶을 때 만추

by 행복해jiny 2024. 11. 4.

 수인번호 2537번 애나, 어머니의 부고로 7년 만에 3일간의 외출이 허락됩니다. 장례식에 가기 위해 탄 시애틀행 버스에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 보이는 훈도 타게 됩니다. 지갑을 잃어버렸다면서 애나에게 30불을 빌립니다. 훈은 30불을 갚을 때까지 갖고 있으라며 자신의 시계를 애나에게 맡깁니다. 7년 만에 만난 가족들이 낯설기만 한 애나, 오빠 알렉스는 돈이 필요해서 집을 팔아야 할 것 같다며 애나의 허락을 구합니다. 오빠의 친구 왕징도 만나는데 애나와 무슨 사연이 있는 관계로 보입니다. 애나는 예쁜 원피스를 사 입으며 기분전환을 합니다. 그때 교도소에서 위치확인 전화가 걸려옵니다. 내일 귀소 하라는 내용입니다. 이 전화 한 통으로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을 깨달은 듯 보이는 애나는 공중화장실에 새로 산 원피스를 버리고 나옵니다. 방황하던 애나 앞에 우연히 훈이 나타납니다. 시애틀을 잘 아는 척 자기만 따라오라는 훈과 함께 애나는 즐거운 하루를 보냅니다.

 편안함을 느낀 애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내일 교도소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과거 이야기를 꺼냅니다. 오빠의 친구 왕징을 그 대신 죽어도 좋을 만큼 사랑했으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났다고 합니다. 애나도 그 후 결혼을 했는데 남편이 처음에는 좋은 남자였으나 점점 나약하고 의심이 많아져서 힘든 결혼 생활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징이 찾아와서 애나에게 같이 떠나자고 했는데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흥분해서 폭력을 휘둘렀다고 합니다. 담담한 어조로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애나에게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오늘 하루 고마웠다면서 애나가 훈에게 안깁니다. 훈에게도 애나와 보낸 하루가 위로가 된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애나 어머니의 장례식에 훈이 찾아옵니다. 애나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왕징과 훈 사이에 다툼이 생깁니다. 애나가 목놓아 울었는데 단순히 둘이 싸워서 속상해서 우는 눈물이 아닌 쌓였던 다른 감정이 분출되는 것 같았습니다.

 터미널에서 아쉬운 마음을 숨기며 헤어지는 두 사람, 애나 몰래 버스에 올라탄 훈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말을 겁니다. 심한 안개로 버스가 휴게소에 정차합니다. 이곳에서 일당들에게 끌려간 훈은 자신을 좋아하던 옥자 누님이 죽었다는 소식을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듣습니다. 경찰이 오고 있다는 말에 애나에게 출소하는 날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합니다. 휴게소에서 사라진 훈을 찾던 애나가 멀리 서 있는 경찰차를 바라보는데 무언가 짐작하는 표정입니다. 2년 후 출소한 애나가 훈을 기다리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이 납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무채색 필터를 씌운 듯 가을 분위기가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서정적이고 조용함 속에 많은 걸 내포한 감성이 좋았습니다. 극 중 애나는 중국인, 훈은 한국인인데 서로의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대화하면서 느껴지는 여백, 눈빛으로 주고받는 감정선들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틀이라는 시간 내에 외로운 두 사람이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