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개봉작인 맨발의 기봉이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봤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기봉이 역에 배우 신현준, 기봉이 엄마 역에 최근 고인이 되신 김수미 님이 나옵니다. 얼굴이 젊어 보여서 검색해 보니 50대 후반의 나이에 등 굽은 할머니 역을 맡았습니다. 인간극장에 방영된 실제 인물인 엄기봉 씨를 모델로 한 영화입니다. 다랭이 마을에 살고 있는 엄기봉은 4살에 열병을 앓고 8살 지능에 멈춰진 40살 노총각입니다. 노모와 단둘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효자입니다. 마을 사람들의 허드렛일을 도와주며 생계를 유지해 나갑니다. 기봉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달리기입니다.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합니다. 엄마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의지가 되고 소중한 사람이 아들 기봉입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이지만 둘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어느 날 기봉이 사는 지역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립니다. 등번호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본 기봉은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참가자들과 함께 달립니다. 얼떨결에 기봉이 등번호의 주인보다 결승테이프를 먼저 끊게 되면서 입상을 하게 됩니다. 해맑게 웃으면서 시상대에 올라가 있는 기봉과 등번호 주인의 어이없는 표정이 상반되면서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한편 다랭이 마을 백 이장은 기봉이를 서울에서 열리는 하프 마라톤 대회에 내보내기로 결심하고, 기봉이의 트레이너를 자처하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갑니다. 백 이장에게는 이장 연임을 하기 위해 기봉이를 화제로 삼으려는 꿍꿍이가 있었지만 사실을 모르는 기봉이는 달리는 게 좋기만 합니다. 계속되는 훈련으로 힘들어하는 기봉이를 지켜본 마을 사람들이 백 이장에게 기봉이를 너무 혹사시키는 것 아니냐며 한소리씩 합니다.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허드렛일 도와주던 기봉이가 없으니 불편해서 그러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잇속만 생각하는 면이 있기는 합니다. 백 이장도 처음에는 기봉이를 마라톤 대회에 참가시키려는 검은 속내가 있었지만 훈련시키다가 진정한 목적이 생깁니다. 엄마 죽고 나면 혼자 살아야 할 기봉이를 위해 기봉이가 남들보다 훨씬 낫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입니다. 백 이장의 진심 어린 대사가 감동입니다. 훈련받다가 쓰러져 병원에 간 기봉, 유전적으로 심장이 약하다고 합니다. 의사는 마라톤 대회에 나가지 말 것을 권하고 백 이장은 착잡한 심정으로 기봉에게 이제 뛰지 못한다고 설명합니다. 기봉은 울면서 혼자서 연습합니다. 기봉에게도 뛰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뛰어야 돈 벌고 엄마 도와주고 엄마 틀니를 해 준다고 합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1등 상금으로 엄마 틀니를 해 주는 게 기봉이의 목표입니다. 마라톤 대회날 다랭이 마을은 축제 분위기입니다.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에 놀란 기봉이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습니다. 역전하다가 체력이 떨어져 쓰러집니다. 마을 사람들의 응원으로 다시 일어나 완주에 성공합니다. 영화에 자세히는 안 나오지만 마을 사람들이 선의의 거짓말로 기봉이에게 메달도 만들어서 수여해 주고 상금도 준 것 같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기봉이 엄마가 틀니를 끼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나옵니다. 인생은 사는 게 그렇게 즐겁냐는 엄마의 물음에 바로 그렇다고 대답하는 기봉이처럼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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