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의 꿈과 현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밤무대를 전전하는 퇴물밴드의 이야기입니다. 2001년 개봉작으로 지금은 매우 유명한 배우 황정민, 박해일, 류승범의 풋풋했던 과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임순례 각본 연출작입니다.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불경기로 인해 나이트클럽 연주를 그만두고 지방 행사를 돌면서 근근이 살아갑니다. 살 길을 모색하고자 팀의 리더 성우는 고향 수안보에 있는 와이키키 호텔에 일자리를 얻어 멤버들과 내려가기로 결정합니다. 성우 본인도 제대 후 10년 만에 찾는 고향입니다. 수안보로 내려가는 도중 색소폰 담당 현구는 마음을 바꿔 아내와 자식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겠다고 합니다.

 수안보에 도착한 성우는 고교시절 같이 밴드를 했던 친구들과 재회합니다. 과거 회상 장면이 나오는데 성우 역할의 아역을 배우 박해일이 연기합니다. 건반을 담당했던 민수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받아 약사가 되고, 드럼 담당 수철은 시청의 건축과 소속 말단 공무원, 베이스 담당이었던 인기는 환경운동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철과 인기는 시위가 있을 때마다 마찰을 겪으며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성우의 첫사랑 인희는 타학교 인기 보컬로 노래도 잘하고 자신감 넘치는 멋진 여학생이었는데 남편과 사별 후 야채 장사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성우에게 멘토였던 음악학원 원장 선생님은 술에 빠져 폐인의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다. 성우와 마찬가지로 친구들도 현실에 부딪혀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건반을 담당하는 정석은 여자들과 어울리며 여러 문제를 일으킵니다. 단순무식한 드러머 강수에게도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정석이 먼저 선수를 칩니다. 이 사건으로 강수는 정석에게 배신감을 느껴 둘이 크게 싸우고 밴드를 떠납니다. 밴드 멤버가 부족해지자 성우는 본인의 멘토였던 음악학원 원장님을 드러머 자리에 합류시킵니다. 하지만 알코올중독 증세가 심각한 원장님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여 밴드에 피해만 줍니다. 결국 정석만 와이키키 호텔에 남고 성우와 음악학원 원장님은 지역 행사를 전전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석이 여자 문제로 칼에 찔린 채 성우를 찾아옵니다. 그제야 강수에게 했던 잘못을 뉘우치고 강수와 울며불며 통화를 합니다. 마을버스 운전기사를 하고 있는 강수도 사는 게 힘들어 보입니다. 고교시절 친구 수철은 감사에 걸려 공무원에서 잘렸다며 성우를 찾아옵니다. 수철은 성우에게 그렇게 좋아하던 음악 하면서 사니까 행복하냐고 묻습니다. 삶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친구의 질문에 성우는 말없이 착잡한 표정을 짓습니다. 개개인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성우는 수철이가 뺑소니 사고로 죽었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수철의 장례식장에서 서로 잘잘못을 따지는 친구들을 보며 화가 난 성우는 밥상을 뒤엎고 나옵니다.

 단란주점에서 벌거벗고 노는 손님들 사이에서 성우도 옷을 벗고 기타를 연주하라는 수모를 겪습니다. 공허한 눈빛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성우의 현재 모습과 친구들이랑 알몸으로 바닷가를 뛰어다니며 놀던 성우의 어린 시절이 겹치면서 보입니다. 성우가 인희에게 수안보를 떠나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무대에서 인희가 노래하고 성우와 정석이 연주를 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세 사람은 자신들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밴드를 소재로 한 영화답게 추억의 명곡들이 많이 나와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도태된 인물들의 남루한 현실과 꿈 많던 어린 시절을 대비시켜 보여줌으로써 여러 생각이 드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