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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회사를 지키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by 행복해jiny 2024. 10. 18.

 영화는 1995년 을지로가 배경입니다. 1990년대 실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전자제품 회사 삼진그룹의 8년 차 여직원들이 주인공입니다. 상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말단 사원 신세를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하는 일은 커피 타기, 청소, 담배심부름, 잡무가 대부분입니다. 1990년대의 여성차별, 학력차별이 난무하는 시대상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 날 이자영, 정유나, 심보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공문이 회사에 붙습니다. 3개월 내에 토익 600점 이상 달성하면 대리로 진급시켜 준다는 내용입니다. 대기업이라 복지는 좋아서 사내에 영어토익반을 개설해 줍니다. 영어강사 역에 타일러가 나옵니다. 생산관리팀의 이자영은 잔심부름을 하러 옥주공장에 갔다가 우연히 하천에 죽어있는 물고기 떼를 발견합니다. 그곳에 있는 하수구를 통해 옥주공장의 폐수가 방류되는 걸 보게 됩니다. 이자영, 정유나, 심보람 3인방은 회사가 숨기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에게 치명적인 페놀이 기준치 이상 방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회사 측은 소량의 페놀이 검출된 것으로 서류를 조작하여 지역주민들과 합의를 봅니다. 위험한 순간이나 해고될 수도 있는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누구의 지시였는지 알아내기 위해 3인방은 고군분투합니다. 힘없는 여직원 3명이 힘을 합쳐 회사의 비리를 알린다는 설정이 현실적이지 않고 터무니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말단 사원이지만 이들은 모두 삼진그룹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명확했습니다. 자영에게는 세탁물 건조만 해 주는 기계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고, 회계팀인 보람은 회계장부를 조작하지 못하게 회계프로그램을 바꾸고 싶다고 했습니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억지로 하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이들의 활약으로 임원 6명은 법의 심판을 받고, 사장의 농간으로 외국계 기업의 손에 넘어갈뻔한 삼진그룹을 지켜냅니다. 대리로 승진한 주인공들이 그녀들의 꿈이었던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해피엔딩이라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였습니다. 90년대 중반의 사회분위기, 헤어스타일, 의복 등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마음에 와닿는 명대사도 많이 나옵니다. 극 중 보람의 상사인 회계팀 부장님은 사람들이 정해놓은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본인이 재미있는 것을 하고 살라고 말해줍니다. 부장님 같은 멘토의 존재가 팍팍한 회사생활 속에서 얼마나 힘이 될까 생각해 봅니다. 자영은 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의 일이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합니다. 요즘 돈 받는 만큼만 일하자는 생각을 가진 젊은 세대들이 많다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 자영의 이 대사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