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비디오 가게에 꽂혀있던 여인의 향기 케이스를 기억합니다. 갈색케이스로 두 편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알파치노가 여배우와 탱고를 추는 장면이 워낙 유명하기에 기대감을 안고 영화를 봤습니다. 가난한 고등학생 찰리는 추수감사절 연휴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게 됩니다. 퇴역한 장교 프랭크 중령을 돌보는 일입니다. 프랭크는 눈이 안 보이는 데다가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걸걸하고 허스키한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독특합니다. 찰리는 학교 이사회에서 고급 승용차를 선물 받은 교장에게 심한 장난을 친 학생들이 누구인지 목격하게 됩니다. 교장은 범인이 누구인지 사실대로 밝히기만 하면 찰리를 하버드대에 추천하겠다고 제안합니다. 프랭크와 같이 살고 있는 조카 가족이 여행을 떠나자 프랭크도 오랫동안 비밀스럽게 준비해 왔던 뉴욕여행을 찰리와 함께 갑니다. 찰리는 예정에 없던 일이라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학교일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한 찰리의 속을 꿰뚫어 본 듯 프랭크가 찰리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봅니다. 눈이 안 보이는 대신 다른 감각들이 발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비행기 1등석 예약, 고급 숙소, 비싼 음식에 어리둥절한 찰리가 프랭크에게 묻자 이런 것들을 즐긴 후 본인은 뉴욕에서 생을 마감하겠다는 계획을 털어놓습니다. 프랭크는 찰리와 함께 형의 집에도 깜짝 방문을 합니다. 가족들이 프랭크를 반기는 분위기가 아닌 데다가 아슬아슬한 식사자리에서 조카의 입을 통해 프랭크의 사고 얘기를 듣게 됩니다. 진급에 누락되자 술을 마시고 수류탄 핀을 뽑아서 눈이 멀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날 아침 총 조립하는 시간을 측정하는 프랭크를 수상히 여긴 찰리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하루만 더 있어달라는 프랭크에게 총알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찰리가 남습니다. 술집에서 아름다운 여성 도나와 대화를 나누던 프랭크가 탱고를 알려주는 장면이 유명한 그 장면입니다. 다음날 오후까지 기운 없이 누워만 있는 프랭크가 걱정되어 찰리가 이것저것 제안합니다. 그중 드라이브 가자는 말에 프랭크의 눈이 번쩍 뜨입니다. 페라리를 몰아보는 두 사람, 찰리의 감독하에 프랭크도 운전대를 잡아봅니다. 실제상황이라 생각하니 너무 아슬아슬하고 위험해 보였습니다. 위험천만하게 속도를 즐기던 프랭크가 차를 반납하고 나니 다시 넋 나간 사람이 됩니다. 프랭크는 숙소로 돌아와 제복으로 갈아입고 죽을 준비를 합니다. 이를 발견한 찰리가 총을 든 프랭크를 말리며 옥신각신 하는데 심장이 조마조마했습니다. 프랭크를 겨우 말리고 둘의 관계도 안정을 되찾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프랭크는 찰리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고 농담도 주고받습니다. 프랭크가 찰리를 학교 앞에 내려줍니다. 이 날은 교내 학생 재판이 열리는 날입니다. 프랭크가 찰리에게 추천인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면서 찰리의 얼굴을 쓰다듬어 봅니다. 계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찰리 입장에서는 프랭크의 이런 행동이 친아버지처럼 따뜻하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교내 학생 재판에서 친구 조지 옆에는 아버지가 앉아있는데 찰리는 혼자입니다. 이때 프랭크가 나타나 찰리의 든든한 변호인이 되어줍니다. 밀고자가 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찰리는 장래를 위해 그 누구도 팔지 않았으며 이는 순결함과 용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해줍니다. 찰리와 같이 보낸 시간 속에서 프랭크도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들과 화목한 시간을 보내며 영화가 끝이 납니다. 저는 인류애가 흐르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여인의 향기가 제가 초등학교 6학년인 1993년 개봉작인데 그때 이 영화를 봤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감동을 받았을지 의문입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내가 처한 상황, 시기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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